동네에서 사라진것들,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가 남긴 겨울의 향기
겨울이 되면 골목길마다 풍겨 나오던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의 향기는 계절을 알리는 신호이자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허름한 철판 드럼통 위에 군밤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검게 그을린 고구마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모습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풍경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동전을 꼭 쥐고 손수레 앞에 서서 달콤한 군고구마를 받아 들던 설렘이 있었고, 어른들에게는 퇴근길 군밤 봉투가 소소한 행복이 되곤 했다. 지금은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워진 고구마와 포장 군밤을 살 수 있지만, 손수레에서 풍기던 정겨운 냄새와 기다림의 시간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가 빚어낸 겨울 풍경
겨울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는 골목 모퉁이나 시장 입구에서 만날 수 있던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 장수였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코끝을 시리게 할 때에도,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작은 불빛이 타올랐다. 숯불 화로 위에서 ‘드르륵’ 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아가던 철통 안에는 밤이 알맞게 익어가고 있었고, 그윽한 고소한 향기는 차가운 공기를 뚫고 동네 가득 퍼졌다. 장수는 커다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연기를 맞으며 밤을 뒤적였고, 옆에는 신문지에 정성껏 감싸 놓은 군고구마가 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툼한 외투를 여미고 찾아온 사람들은 손수레 앞에 줄을 섰다. 아이들은 군고구마를 받자마자 호호 불어가며 한입 크게 베어 물었고, 뜨거운 김이 얼굴에 스치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어른들은 군밤 껍질을 까먹으며 오랜 친구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작은 불빛과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잠시 잊게 만들었고, 골목은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다. 손수레 위에서 익어가던 군밤과 군고구마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겨울이라는 계절의 풍경을 그려내는 화폭이자 사람들의 마음을 데워 주는 작은 난로였다.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가 지닌 추억과 의미
손수레 군밤과 군고구마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겨울 먹거리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매개체였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을 본 뒤 군밤 한 봉지를 사 와 가족들과 나누었고, 아버지는 퇴근길에 들러 군고구마 몇 개를 챙겨와 저녁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식탁 위에는 늘 고소한 냄새와 함께 웃음이 번졌다. 겨울밤 창가에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구마를 나누어 먹던 순간은, 값비싼 요리보다도 더 따뜻하고 귀한 시간이 되었다.
군밤과 군고구마는 계절의 감각을 온전히 담고 있었다. 첫눈이 내리던 날, 뼛속까지 스며드는 칼바람이 불던 날에도, 사람들은 손수레 앞에 서서 따끈한 간식을 손에 쥐며 겨울을 체감했다.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 군밤이 우정을 심어 주었고, 연인들에게는 군고구마 한 입이 따뜻한 사랑의 추억을 남겼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금 미소 지었고,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갔다. 손수레 간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마음을 잇고 사람을 잇는 겨울의 상징이었다.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가 사라진 이유와 변화
그러나 정겨웠던 풍경은 점차 사라졌다. 도시가 커지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길거리 손수레 장사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위생과 안전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직접 불을 피워 굽는 방식은 규제의 대상이 되었고,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포장된 군밤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군고구마가 손쉽게 판매되었다. 따끈한 불빛 앞에서 기다리며 받던 정성 대신, 이제는 진공 포장된 제품을 집으로 가져와 간편하게 데워 먹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운영자의 입장에서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손수레 장사는 대부분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했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게다가 겨울이라는 계절에만 국한된 장사였기에 지속성이 부족했다. 빚어낸 정성과 시간에 비해 보상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도시 재개발과 도로 정비가 겹치면서 손수레가 머물 자리는 점점 더 좁아졌다. 결국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는 골목길과 시장에서 하나둘 사라졌고, 지금은 축제나 특정 행사에서나 간혹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 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장사의 소멸이 아니었다. 그것은 겨울의 정서와 골목 문화를 함께 잃어버린 일이었다. 불빛 아래 모여든 웃음, 손끝을 데우던 따뜻함, 기다림 속에 더해지던 설렘. 그것들은 사라진 손수레와 함께 뿌리째 잘려 나간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는 그 시절의 기억이 선명하다. 군밤을 까던 손끝의 감촉, 고구마를 베어 물며 퍼져 나가던 단맛, 그리고 그 순간 곁에 있던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손수레 군밤과 군고구마는 이제 추억의 풍경 속에 남았지만, 그 기억만큼은 세대를 잇는 따뜻한 불빛처럼 여전히 마음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추억으로 남은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
오늘날에도 군고구마와 군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즐기는 간식이지만, 그 맛은 손수레에서 갓 구워 나오던 향기와는 다르다. 종이봉투를 열었을 때 퍼져 나오던 뜨끈한 김과 구수한 냄새, 손을 데일 듯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 먹던 순간은 더 이상 경험하기 어렵다.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는 단순한 겨울 간식이 아니라, 추운 계절을 따뜻하게 데워 주던 동네의 작은 풍경이었다. 그 기억 속에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눈 정이 담겨 있다. 사라진 풍경이 되었지만, 그 향기와 맛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손수레 군밤 군고구마는 추억의 온기를 전해 주던 골목의 작은 보물이었다.